챕터 3

데이터 정리 자동화 — 취합·분류·표준화·중복제거

지저분하게 섞인 데이터를 AI로 취합·분류·표준화하고 중복을 제거해 깔끔한 표로 만드는 실전 워크플로우와 프롬프트를 다룹니다.

수식보다 먼저, 데이터가 깨끗해야 한다

2장에서 원하는 계산을 말로 시켜 수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수식이 자꾸 어긋나는 진짜 이유는 함수가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같은 날짜가 2026-07-21로도, 26.7.21로도, "7월 21일"로도 적혀 있으면 어떤 수식도 제대로 안 먹힙니다. 부서명이 영업·영업팀·영업부로 흩어져 있으면 집계가 세 조각으로 갈립니다. 그래서 정리가 먼저입니다.

다행히 이 지저분함을 걷어내는 게 ChatGPT 같은 AI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사람이 눈으로 하나씩 고치던 걸, 규칙만 말하면 열 단위로 한 번에 처리합니다.

형식부터 통일하기

가장 흔한 건 날짜·전화번호·주소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적은 값입니다. 열 하나를 통째로 넘기고 원하는 형식을 말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열이 있다고 해보죠.

2026-07-21 / 26.7.21 / 7월 21일 / 2026.07.21

이걸 그대로 붙여넣고 이렇게 시킵니다.

B열 날짜가 위처럼 제각각이야. 전부 YYYY-MM-DD 형식으로 통일한 값을 옆 새 열에 만들어 줘. 형식을 못 알아본 값은 "확인 필요"로 표시해 줘.

그러면 2026-07-21로 가지런히 맞춘 열이 나오고, 애매한 값만 따로 표시됩니다. 전화번호도 같은 식입니다.

C열 전화번호를 010-0000-0000 형식으로 통일해 줘. 010이 빠졌거나 자릿수가 안 맞는 건 고치지 말고 "확인"으로 표시만 해 줘.

표기가 흔들리는 이름값도 마찬가지입니다.

D열 부서명이 영업·영업팀·영업부처럼 섞여 있어. 같은 부서는 하나의 표기로 통일해 주고, 어떤 걸 어떻게 바꿨는지 표로 보여 줘.

마지막의 "어떻게 바꿨는지 표로"가 중요합니다. AI가 멋대로 합친 게 없는지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는 장치입니다. 예컨대 "영업지원"까지 "영업"으로 뭉뚱그렸다면 여기서 걸러집니다.

없던 분류를 만들어 내기

정리는 형식만이 아닙니다. 흩어진 값을 보고 새 기준으로 묶는 것도 정리입니다.

E열 품목명을 보고, 각 품목이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옆에 카테고리 열을 새로 만들어 줘. 카테고리는 음료·과자·생활용품·기타 이 네 개 중 하나로만 정해 줘.

사람이 하나하나 분류하면 몇 시간짜리 일이, 기준만 주면 몇 초로 줄어듭니다. 여기서 핵심은 카테고리 목록을 직접 못 박는 겁니다. 그냥 "분류해"라고 하면 AI가 카테고리를 스무 개씩 만들어 오히려 더 지저분해집니다. "이 네 개 중 하나로만"처럼 선택지를 닫아 주면 결과가 딱 떨어집니다.

같은 방식으로 자유롭게 적힌 값에서 정보를 뽑아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남구 …", "경기 성남시 …"처럼 적힌 주소 열에서 시·도만 따로 뽑아 새 열로 만들라고 하면, 지역별 집계를 위한 기준 열이 한 번에 생깁니다. 원본을 손대지 않고 필요한 조각만 새로 만들어 내는 겁니다.

흩어진 걸 한곳으로 모으기

취합도 정리의 일부입니다. 같은 성격의 데이터가 여러 열이나 메모에 흩어져 있으면, AI에게 기준 열로 모으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시트에서 담당자 이름이 '비고' 열 안에 문장으로 섞여 있어. 담당자만 뽑아 별도 열로 정리해 줘. 못 찾은 행은 빈칸으로 두고 표시해 줘.

여러 파일·시트에 걸친 대규모 취합은 6장에서 따로 다룹니다. 여기서는 한 시트 안에서 흩어진 값을 모으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중복을 찾아내기

명단이나 거래 내역에는 중복이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무엇을 "같은 것"으로 볼지 기준만 정해 주면 됩니다.

이 명단에서 이름과 생년월일이 똑같은 행을 중복으로 보고, 중복된 것들을 묶어서 보여 줘. 바로 지우지는 말고 표시만 해 줘.

바로 지우지 말라는 한마디를 꼭 붙이세요. 동명이인처럼 중복처럼 보여도 아닌 경우가 있어서, 사람이 확인한 뒤 지우는 게 안전합니다. 반대로 이름만으로 중복을 잡으면 남남인 김민수 둘이 하나로 합쳐지니, 중복 기준은 되도록 두 개 이상(이름+생년월일, 이름+전화)으로 잡는 게 좋습니다.

띄어쓰기나 공백 때문에 "다른 값"으로 취급되는 함정도 흔합니다. "김민수"와 "김민수 "(뒤에 공백)는 눈에는 똑같아 보여도 엑셀은 다르게 셉니다. 그래서 중복을 찾기 전에 "앞뒤 공백을 먼저 제거하고 비교해 줘"를 함께 시키면 놓치는 중복이 줄어듭니다.

대량이면 규칙부터, 그리고 검증

데이터가 수백 행이면 한 번에 다 시키기 전에 규칙을 먼저 정하는 게 낫습니다. "날짜는 이 형식, 부서명은 이 목록, 중복 기준은 이것"을 정해 두고 한꺼번에 돌리는 거죠.

돌린 다음에는 반드시 결과를 확인합니다.

방금 정리에서 몇 개 행을 바꿨는지, 그리고 바뀐 예시 5개를 원본과 나란히 보여 줘.

바뀐 행 수가 예상과 크게 다르면 뭔가 잘못된 겁니다. 100행짜리인데 98행을 바꿨다면 멀쩡한 값까지 건드렸다는 신호죠. 이 한 번의 확인이 잘못된 정리가 뒤 작업으로 번지는 걸 막습니다.

원본은 반드시 남기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자주 하는 실수. 원본을 그대로 덮어쓰는 겁니다.

AI에게 정리를 시킬 때는 항상 새 열이나 새 시트에 결과를 만들게 하고, 원본은 손대지 않게 하세요. "원본 열은 그대로 두고, 정리한 값은 옆 새 열에 넣어 줘"처럼요. AI가 의욕이 넘쳐 멀쩡한 값까지 "정리"해 버리는 일도 있으니, "바꿀 것만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를 습관처럼 붙이는 게 좋습니다. 원본이 남아 있으면 언제든 되돌릴 수 있지만, 덮어써 버리면 그걸로 끝입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이렇게 깨끗해진 데이터를 피벗·요약·집계로 묶어, 흩어진 수백 행을 한 장의 표로 만드는 법을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