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의 기본 구조 — 생성·평가·교정·반복
모든 AI 루프가 공유하는 4단계 뼈대(생성→평가→교정→반복)와, 루프를 언제 멈출지 결정하는 종료 조건 설계법을 다룹니다.
모든 루프는 네 단계로 돈다
1장에서 원샷의 천장을 봤습니다. 이번엔 그 천장을 뚫는 루프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뜯어봅니다.
복잡해 보여도 뼈대는 늘 같습니다. 생성 → 평가 → 교정 → 반복, 이 네 단계입니다.
| 단계 | 하는 일 | 한 줄 예시 |
|---|---|---|
| 생성 | 일단 결과를 만든다 | "제품 소개 글을 써 줘" |
| 평가 | 그 결과를 기준에 대본다 | "설득력이 약한 문장을 찾아" |
| 교정 | 지적을 반영해 고친다 | "그 문장들을 고쳐 다시 써" |
| 반복 | 조건이 될 때까지 다시 돈다 | 기준을 넘을 때까지 |
원샷은 첫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원샷은 이 네 단계 중 "생성"에서 멈춰 있습니다. 초안을 뽑고 그대로 제출하는 셈입니다. 루프는 여기에 평가와 교정을 붙이고, 조건이 될 때까지 다시 돌립니다. 뼈대만 놓고 보면 추가된 부품은 두 개뿐입니다.
우리가 이미 하던 일이다
재미있는 건, 이 네 단계가 사람이 무언가를 잘 만들 때 이미 하는 일과 똑같다는 점입니다. 보고서를 쓰고(생성), 다시 읽으며 이상한 데를 찾고(평가), 고치고(교정),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합니다. 무의식적으로 하던 걸 말로 풀어 AI에게 시키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새 개념을 외운다기보다, 원래 알던 절차에 이름을 붙인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각 단계는 무엇을 담당하나
네 단계는 역할이 겹치지 않습니다. 하나씩 뜯어보면 어디를 손봐야 루프가 좋아지는지 감이 잡힙니다.
생성 — 완벽 대신 "고칠 거리"
생성 단계의 목표는 완성이 아니라 재료입니다. 첫 결과가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힘을 빼야 뒤 단계가 삽니다. "매력적이고 완벽한 최종본을 써 줘"라고 힘을 주면 AI가 방어적으로 무난한 글을 뽑고, 정작 고칠 거리가 안 보입니다. "초안이니 편하게 써 줘"가 뒤 단계에 더 좋은 재료를 줍니다.
평가 — 루프의 방향키
평가는 결과를 정해둔 잣대에 대보는 단계입니다. 여기가 루프의 심장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자주 빼먹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다시 써 줘"만 반복하면 AI는 방향 없이 표류하고, 세 번을 돌려도 첫 답과 비슷한 자리를 맴돕니다.
좋은 평가는 잣대가 뾰족합니다. 같은 요청도 이렇게 갈립니다.
- 나쁜 평가 "좀 더 좋게 고쳐 줘" — AI가 "좋게"를 제멋대로 해석합니다.
- 좋은 평가 "전문 용어를 초등학생도 알아듣게 바꾸고, 한 문장에 메시지 하나만 담아 줘" — 고칠 방향이 정해져 교정이 뾰족해집니다.
자기소개서 한 문장으로 보죠. "저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합니다"에 "좋게 고쳐 줘"라고 하면 "저는 매우 성실하며 뛰어난 책임감을 지녔습니다" 정도로 형용사만 붙습니다. 여전히 밋밋하죠. 반면 "추상적인 강점을 구체적 경험으로 바꿔 줘"라고 잣대를 주면 "3년간 마감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처럼 확 달라집니다. 같은 문장, 같은 AI인데 잣대 하나가 결과를 가릅니다.
잣대는 두세 개로 좁히세요. 열 개를 늘어놓으면 AI가 다 얕게 훑고 지나갑니다. 이 잣대는 3장에서 AI에게 직접 채점을 시킬 때 그대로 재활용됩니다.
교정 — 지적만 반영하기
교정은 평가에서 나온 지적을 반영해 다시 쓰는 단계입니다. 요령은 "지적된 부분만" 고치게 하는 것입니다. 그냥 "고쳐 줘"라고 하면 멀쩡한 문장까지 뒤집어 놓고, 좋았던 부분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평가에서 지적한 항목만 반영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둬"라고 못을 박아야 개선이 한 방향으로 쌓입니다.
반복 — 종료 조건이 없으면 안 도는 것만 못하다
반복은 조건이 될 때까지 앞 세 단계를 다시 도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짝이 되는 게 종료 조건입니다. 종료 조건 없는 반복은 뒤에서 따로 다룰 만큼 사고가 잦아서, 다음 절 전체를 여기에 씁니다.
언제 멈출까 — 종료 조건 설계
루프는 알아서 멈추지 않습니다. 멈추는 조건을 사람이 정해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7장에서 다룰 무한루프로 갑니다.
세 가지 종료 조건
실전에서 쓰는 종료 조건은 크게 셋입니다. 성격이 서로 달라,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에 따라 고릅니다.
| 종료 조건 | 멈추는 시점 | 지키는 것 | 약점 |
|---|---|---|---|
| 품질 기준 | 체크리스트를 전부 통과할 때 | 결과 품질 | 기준이 애매하면 영영 못 멈춤 |
| 횟수 상한 | 정해둔 바퀴 수에 닿을 때 | 시간·비용 | 품질이 덜 됐어도 강제 종료 |
| 시간·비용 상한 | 누적 호출·토큰이 한도에 닿을 때 | 예산 | 품질 보장 안 됨 |
| 개선 정체 | 직전 바퀴 대비 나아진 게 없을 때 | 헛도는 낭비 방지 | "안 나아짐" 판정이 주관적 |
대개 3~4바퀴면 개선이 거의 멈춥니다. 횟수 상한은 그 언저리가 적당합니다.
두 개를 겹쳐 걸어라
가장 안전한 설계는 "품질 기준"과 "횟수 상한"을 함께 거는 것입니다. 기준을 넘으면 일찍 끝내고, 못 넘어도 상한에서 강제로 멈춥니다.
하나만 걸면 둘 중 하나로 사고가 납니다. 품질 기준만 걸면 기준을 영영 못 넘겨 무한히 돌고, 횟수 상한만 걸면 이미 좋아졌는데도 바퀴를 채우느라 멀쩡한 결과를 헝클어뜨립니다. 두 조건을 OR로 묶어 "먼저 닿는 쪽에서 멈춤"이 실전 기본값입니다. 예산이 빠듯한 자동화라면 여기에 비용 상한까지 세 겹으로 겁니다.
개선 정체를 감지하는 법
"더 고칠 게 없으면 STOP이라고만 답해"를 조건으로 걸어두면, AI가 스스로 정체를 신고합니다. 매 바퀴 끝에 이 판정을 넣으면 상한에 닿기 전에 일찍 빠져나올 수 있어 호출이 줄어듭니다. 이 자기 판정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방법은 3장 자기비판 루프에서 이어집니다.
간단한 루프 하나 짜보기
말로만 들으면 감이 안 오니 짧은 예를 봅니다. 고객 사과 이메일을 다듬는 루프입니다.
복사해서 바로 쓰는 루프 프롬프트
1단계(생성): 아래 상황으로 사과 이메일 초안을 써 줘.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초안으로. 2단계(평가): 방금 쓴 초안을 "진정성·간결함·해결책 제시" 세 기준으로 각 5점 만점 채점하고, 가장 낮은 항목 하나와 그 이유를 짚어 줘. 3단계(교정): 그 항목만 고쳐 다시 써 줘. 나머지 문장은 그대로 둬. 4단계(반복): 세 기준이 모두 4점 이상이면 "STOP"이라고 답하고 멈춰. 아니면 2단계로 돌아가 (최대 3바퀴).
여기엔 네 단계가 다 들어 있습니다. 생성하고, 세 잣대로 채점하고(평가), 가장 약한 항목만 고치고(교정), 종료 조건(세 기준 4점 이상 또는 3바퀴)에서 멈춥니다. 종료 조건을 품질(4점 이상)과 횟수(3바퀴) 두 겹으로 건 것도 눈여겨보세요.
흔한 실수 한 가지
종료 조건을 빼고 "계속 고쳐 줘"라고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AI가 멈출 지점을 몰라 멀쩡한 문장까지 계속 손대다 오히려 나빠집니다. 종료 조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 뼈대만 손에 익으면 나머지는 응용입니다. 대화창에서 손으로 돌리던 이 루프를 Claude Code 같은 도구로 자동화하는 방법은 5장에서, 폭주를 막는 가드레일은 7장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이 뼈대를 가장 손쉽게 돌리는 방법, 즉 AI에게 자기 답을 스스로 채점·반박·개선시키는 자기비판 루프와, 복사해서 바로 쓰는 자기교정 프롬프트를 다루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