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코딩 몰라도 자동화가 된다 — 앱스 스크립트·파이썬, 무엇을 맡길까

AI가 코드를 대신 써 주면서 비개발 직장인도 반복 업무를 스크립트로 없앨 수 있게 됐습니다. 구글 앱스 스크립트와 파이썬이 각각 어떤 일에 맞는지, 어떤 업무부터 자동화할지 고르는 기준, 첫 실행 환경 준비까지 정리합니다.

매주 같은 일을 손으로 하고 있다면

월요일 아침마다 지점별 엑셀을 열어 숫자를 복사하고, 금요일 오후엔 명단 시트를 보며 안내 메일을 한 통씩 보내고 계신가요. 이런 일은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닙니다. 순서가 정해져 있고, 매번 똑같고, 틀리면 귀찮아지는 일입니다. 바로 그 성질 때문에 컴퓨터에게 넘기기 가장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여기서 막혔습니다. 자동화하려면 코드를 짜야 했고, 코드를 짜려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했으니까요.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ChatGPT나 Claude에게 "이 시트에서 중복된 행을 지워 주는 스크립트를 써 줘"라고 한국어로 말하면, 몇 초 만에 실행 가능한 코드가 나옵니다.

이미 많은 직장인이 AI를 쓰고 있다

나우앤서베이 'AI 시대 대한민국 직장인 리포트 2026'(직장인 1,000명, 2026년 5월 조사)에서 주 1회 이상 업무에 AI를 쓴다는 응답은 74.3%였습니다.

그런데 쓰는 방식은 대부분 질문하고 답을 읽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6년 9월 30일 보도된 삼일PwC 조사에서 한국의 'AI 선도 인력' 비율은 4%로, 글로벌 평균 14%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48개국 49,364명, 한국 1,013명 대상). AI에게 묻는 사람은 많아도, AI로 일을 없애는 사람은 아직 드물다는 뜻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 간격을 메우는 데 집중합니다. 묻는 단계에서 한 칸 나아가, AI가 써 준 코드로 반복 업무 자체를 지우는 단계입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

이런 방식에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테슬라 AI 총괄 출신의 안드레이 카파시가 2025년 2월 2일 X(옛 트위터)에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AI에 맡기는 새로운 코딩"을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 부르면서 퍼진 표현입니다.

다만 이 시리즈는 조금 다른 태도를 권합니다. 코드를 완전히 잊지는 않습니다. 줄마다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이 코드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바꾸는지는 알고 실행합니다. 메일을 보내고 파일 이름을 바꾸는 코드는 한 번 잘못 돌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앱스 스크립트와 파이썬, 무엇이 다른가

비개발 직장인이 쓸 도구는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구글의 앱스 스크립트(Google Apps Script, 구글 서비스를 자동으로 다루는 자바스크립트 기반 도구)와 파이썬(Python, PC에서 파일·데이터를 다루기 좋은 범용 언어)입니다. 둘 중 무엇을 고를지는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로 정해집니다.

한눈에 비교

구분 구글 앱스 스크립트 파이썬
데이터 위치 구글 시트·Gmail·드라이브·캘린더 내 PC 폴더, 엑셀·CSV 파일
설치 필요 없음(브라우저에서 실행) 파이썬 설치 필요(또는 Colab 사용)
대표 업무 시트 정리, 메일 대량 발송, 정기 보고서 파일 이름 변경, 여러 엑셀 합치기
자동 실행 시간 기반 트리거 내장 PC 작업 스케줄러 등 별도 설정
1회 실행 한도 6분(구글 공식 할당량 문서) 사실상 없음
이 시리즈 해당 장 3·4·7장, 5장 일부 5·6장

앱스 스크립트가 맞는 경우

회사가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쓰거나, 업무 데이터가 이미 구글 시트에 쌓여 있다면 앱스 스크립트부터 시작하세요. 설치가 없다는 점이 생각보다 큽니다. 회사 PC에 프로그램을 깔려면 IT 부서 승인이 필요한 곳이 많은데, 앱스 스크립트는 브라우저만 있으면 됩니다.

한도는 알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구글 공식 할당량 문서 기준으로 스크립트 한 번 실행은 6분을 넘길 수 없고, 메일은 개인 계정 하루 100명, 워크스페이스 계정 하루 1,500명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무 자동화에서는 거의 걸리지 않지만, 4장 메일 발송에서는 이 숫자가 실제로 중요해집니다.

파이썬이 맞는 경우

스캔 파일 300개의 이름을 바꾸거나, 지점에서 받은 엑셀 20개를 하나로 합치는 일은 파이썬이 편합니다. 파일이 내 PC에 있기 때문입니다. 파이썬은 2026년 10월 현재 3.14 버전대가 최신 안정판입니다(python.org). 이 시리즈의 예제는 3.10 이상이면 그대로 돌아갑니다.

무엇부터 맡길지 고르는 기준

자동화의 첫 실패는 대개 대상을 잘못 고르는 데서 옵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복잡한 일을 첫 과제로 잡으면, 코드를 고치는 시간이 아끼는 시간보다 길어집니다.

세 가지 질문으로 점수 매기기

후보 업무마다 아래 세 질문에 1~3점을 매겨 보세요. 합계가 높은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질문 1점 2점 3점
얼마나 자주 하나 월 1회 이하 주 1회 매일
한 번에 얼마나 걸리나 10분 이하 10~30분 30분 이상
규칙이 명확한가 매번 판단이 필요 예외가 가끔 있음 늘 같은 순서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신청자 시트에서 중복 제거하고 전화번호 형식 맞추기'는 빈도 3, 시간 2, 규칙 3으로 8점입니다. 3장에서 바로 다룰 일입니다. 반대로 '분기별 사업계획서 초안 쓰기'는 규칙 점수가 1이라 스크립트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 일은 챗봇과 대화하며 쓰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엔 피해야 할 일

  • 되돌릴 수 없는 일 고객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파일을 지우는 작업은 2~3번째 과제로 미루세요. 4장과 5장에서 테스트 발송과 미리보기 단계를 넣는 방법을 익힌 뒤에 하는 게 안전합니다.
  •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일 "중요한 메일만 골라 줘"처럼 판단이 필요한 일은 스크립트 규칙으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 로그인·보안 인증이 낀 사내 시스템 그룹웨어나 ERP 화면을 자동으로 조작하는 일은 회사 보안 정책과 부딪히기 쉽습니다.

첫 자동화는 '자주 하고, 규칙이 뻔하고, 틀려도 되돌릴 수 있는 일'로 고르는 것이 가장 빨리 성공하는 길입니다.

첫 실행 환경 준비하기

이제 실제로 코드를 한 번 돌려 봅니다. 결과물이 대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AI가 준 코드를 붙여 넣으면 정말 돌아간다"는 감각을 얻는 게 목적입니다.

앱스 스크립트: 시트에서 바로 열기

  1. 구글 시트를 하나 새로 만듭니다.
  2. 상단 메뉴에서 확장 프로그램 → Apps Script를 누릅니다. 새 탭에 편집기가 열립니다.
  3. 기본으로 들어 있는 function myFunction() {}를 지우고 아래 코드를 붙여 넣습니다.
function hello() {
  const sheet = SpreadsheetApp.getActiveSheet();
  sheet.getRange('A1').setValue('자동화 첫 실행: ' + new Date());
  Logger.log('A1 셀에 기록했습니다.');
}
  1. 저장(Ctrl+S) 후 상단의 실행을 누릅니다.
  2. 처음 실행하면 권한 승인 창이 뜹니다. 내가 만든 스크립트이므로 계정을 선택하고 허용합니다. 이 화면은 4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3. 시트로 돌아가면 A1 셀에 실행 시각이 들어가 있습니다. 편집기 아래 '실행 로그'에는 A1 셀에 기록했습니다.가 찍힙니다.

Logger.log는 앞으로 계속 쓸 도구입니다. 코드가 어디까지 돌았는지 확인하는 표지판 역할을 합니다.

파이썬: 설치하거나, 브라우저에서 쓰거나

PC에 설치할 수 있다면 python.org에서 최신 버전을 받으세요. Windows에서는 설치 과정에 PATH(명령창이 파이썬을 찾을 수 있게 등록하는 설정) 추가 여부를 묻는 단계가 나오는데, 켜 두면 이후가 편합니다. 설치를 못 하는 환경이라면 Google Colab(구글 계정으로 브라우저에서 파이썬을 실행하는 무료 노트북)을 쓰면 됩니다.

설치했다면 메모장에 아래 코드를 count.py로 저장하고, 명령창에서 python count.py(맥은 python3 count.py)를 실행해 보세요. 다운로드 폴더에 어떤 파일이 많은지 확장자별로 세어 줍니다.

from pathlib import Path
from collections import Counter

folder = Path.home() / "Downloads"          # 다운로드 폴더
counts = Counter(p.suffix.lower() or "(확장자 없음)"
                 for p in folder.iterdir() if p.is_file())

for ext, n in counts.most_common(10):
    print(f"{ext:12} {n}개")

실제로 돌려 보면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xlsx        3개
.pdf         2개
(확장자 없음)     1개

두 코드 모두 이 시리즈를 쓰면서 직접 실행해 결과를 확인한 것입니다. 이후 챕터의 예제도 같은 원칙을 따릅니다.

이 시리즈의 진행 방식

모든 실습은 같은 순서로 진행합니다. AI에게 보낼 요청 프롬프트를 먼저 보여 드리고, 그 결과로 나온 코드를 실행하고, 오류가 나면 오류 메시지를 그대로 붙여 고치는 수정 대화까지 따라 갑니다. 실제로 일이 막히는 곳은 거의 언제나 세 번째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로드맵

장 제목 주로 쓰는 도구
1 코딩 몰라도 자동화가 된다 — 앱스 스크립트·파이썬, 무엇을 맡길까 준비
2 AI에게 코드 받는 프롬프트 공식 — 요청·실행·오류 수정 대화 공통
3 구글 시트 데이터 정리 자동화 — 중복 제거·형식 통일·빈칸 채우기 앱스 스크립트
4 메일 대량 발송 자동화 — 시트 명단으로 개인화 메일 보내기 앱스 스크립트
5 파일 이름 일괄 변경 — 파이썬으로 PC 폴더, 앱스 스크립트로 드라이브 파이썬·앱스 스크립트
6 엑셀·CSV 여러 파일 합치고 정리하기 — 파이썬 판다스 입문 파이썬
7 정기 보고서 자동 생성 — 매주 요약해 PDF·메일로 보내기 앱스 스크립트
8 막혔을 때와 오래 쓰는 법 — 오류 사전·보안·유지보수 공통

시작 전에 준비할 것

  • 구글 계정 하나(회사 계정이면 스크립트 사용이 막혀 있지 않은지 확인)
  • ChatGPT, Claude, Gemini 중 하나의 계정(무료 플랜으로도 충분)
  • 자동화하고 싶은 업무 후보 3개와 위 표로 매긴 점수

Zapier 같은 노코드 연결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면 AI 자동화 시리즈와 비교해 보셔도 좋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런 서비스 없이, 무료로, 내 데이터가 있는 자리에서 바로 돌아가는 스크립트에 집중합니다.

자동화할 일을 고르고 실행 환경까지 갖췄다면 준비는 끝났습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AI에게 코드 받는 프롬프트 공식 — 요청·실행·오류 수정 대화'를 다루겠습니다. 한 번에 돌아가는 코드를 받는 요청 템플릿과, 오류 메시지를 붙여 고치는 대화 패턴을 익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