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기획서 초안을 AI로
보고서·기획서의 구조를 잡고 초안을 만든 뒤 스스로 다듬게 하는 문서 작성 워크플로우를 복붙 프롬프트와 함께 다룹니다.
빈 화면부터 채우려니 막힌다
3장에서 긴 문서를 빠르게 읽는 법을 봤습니다. 이번엔 반대로, 내가 문서를 써야 할 때입니다.
보고서든 기획서든 제일 힘든 건 빈 화면입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커서만 깜빡이죠. 그런데 AI에게 "이 보고서 다 써줘"라고 던지면, 어디서 본 듯한 뻔한 글이 나옵니다. 제목만 내 것이고 알맹이는 남의 글 같은, 그런 초안 말입니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시키는 순서입니다. 사람이 글 쓰는 순서를 그대로 밟게 하면 결과가 확 달라집니다.
구조부터 잡고 시작하세요
잘 쓰는 사람은 본문부터 쓰지 않습니다. 목차, 즉 뼈대부터 세웁니다. 이걸 AI에게 먼저 시키면 빈 화면 문제가 절반은 풀립니다.
이런 주제로 [대상]에게 낼 보고서를 쓰려고 해. 본문 말고 목차부터 잡아줘. 각 꼭지에 무슨 내용이 들어갈지 한 줄씩만 붙여서.
예를 들어 위처럼 시키면 "1. 현황과 문제 / 2. 검토 배경 / 3. 대안 비교 / 4. 권고안 / 5. 리스크와 일정" 같은 뼈대가 돌아옵니다. 여기서 "3번과 4번 순서를 바꿔줘", "리스크는 각 대안 안으로 넣어줘"처럼 손보면 됩니다.
목차가 정리되면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뼈대가 내 손에 있으니, 이제 살을 붙이는 일만 남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글을 요구할 때와 달리, 목차를 먼저 합의하면 한참 쓴 뒤에 방향이 통째로 어긋나는 사고를 막습니다.
근거를 쥐여 줘야 초안이 산다
여기서 앞 챕터가 이어집니다. 2장에서 뽑은 회의록, 3장에서 요약한 자료를 그대로 붙여 주는 겁니다.
아래 회의록과 자료를 근거로, 위 목차의 2번 꼭지 초안을 써줘. 자료에 없는 수치나 주장은 지어내지 말고, 근거가 부족한 부분은 '확인 필요'로 표시해줘.
차이는 금방 드러납니다. 근거 없이 쓰라고 하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같은 맹탕 문장이 나옵니다. 반대로 내 회의록을 붙여 주면 "지난 회의에서 확정된 3분기 목표에 따르면…"처럼, 우리 상황에 딱 붙는 초안이 나옵니다.
초안의 질은 프롬프트를 얼마나 화려하게 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함께 주느냐"에서 갈립니다. 이 원칙 하나만 몸에 배어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실제로 돌려보면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신규 협업툴 도입 검토"라는 기획서를 쓴다고 하죠. 아무 근거 없이 초안을 시키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협업툴 도입은 업무 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양한 장점이 기대됩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알맹이 없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앞서 정리해 둔 회의록("팀당 주 3시간 문서 검색에 낭비", "보안 검토 필요")을 붙여 주면 이렇게 바뀝니다.
"현재 팀별로 주 3시간이 문서 검색에 소요되고 있어(3월 회의록 기준), 협업툴 도입으로 이 시간을 줄이는 것이 이번 검토의 목표입니다. 단, 보안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같은 AI, 같은 요청인데 결과가 다릅니다. 근거를 손에 쥐여 준 것 하나 차이입니다. 회의와 자료를 평소에 붙잡아 두는 일(2·3장)이 결국 여기서 값을 합니다. 반대로 근거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모델을 써도 초안은 뻔한 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스스로 다듬게 한 번 더
초안이 나왔다고 끝이 아닙니다. 한 바퀴 더 돌리면 확 좋아집니다.
방금 초안을 '한 문단에 한 가지 메시지' 기준으로 다시 봐줘. 두 가지가 섞인 문단은 나누고, 군더더기 문장은 빼줘.
대상을 바꿔 한 번 더 시키면 톤도 맞춰집니다. 경영진에게 낼 거라면 "결론부터, 근거는 뒤에"로, 고객용이라면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서". ChatGPT든 Claude든, 쓰기와 다듬기를 나눠 시키는 원리는 같습니다.
흔히 놓치는 것
한 가지만 주의하세요. AI가 다듬는다고 사실까지 검증해 주지는 않습니다. 숫자와 고유명사, 인용은 사람이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그럴듯하지만 출처가 없는 문장"이 제일 위험합니다. 초안을 받으면 습관처럼 "이 문서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문장만 따로 뽑아줘"라고 한 번 더 물어보세요. 검증할 곳을 AI가 먼저 짚어 주니, 확인이 훨씬 빨라집니다.
정리하면 순서가 전부입니다. 목차 → 근거 붙인 초안 → 다듬기. 이 세 걸음만 지키면 빈 화면 앞에서 보내던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처음 한두 번만 손에 익히면, 다음부터는 같은 틀에 주제만 갈아 끼우면 됩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노션 AI로 지식을 정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자동으로 채우는 법을 다루겠습니다.
